눈오는날의 골목 스냅

서울에 갑작스럽게 눈이 쏟아졌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후두둑 쏟아져내리는 눈..

차 운전이 힘들만큼 바람에 눈발이 엄청 쏟아졌다.

집앞에 주차한뒤 내리는 눈발을 담기위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어른어른거리는 창..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녀석도 있고 이제 하나둘씩 맺히는 녀석들도 보인다. 

이렇게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눈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빨리 녹아버린다. 

한송이 두송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녀석들.. 

초점링 돌려가며 찰칵 찰칵 담아보기 시작했다. 

요런 눈 내리는 장면을 담을땐 수동렌즈도 제법 쓸만하다. 

어차피 mf로 초점을 잡아서 찍을거라... 

조금은 휑해 보이는 골목 .. 

누군가의 등장으로 채워진 골목이 되었다. 

이번에는 렌즈를 바꿔들고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이 쏟아지는 눈발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사진을 찍어야 할 듯 해서 기어이 길을 나섰다.

평소에 자주 보던 전봇대인데 눈이 쌓인 전봇대가 왠지 운치있어 보인다. 

눈이라는 녀석이 평소에 보이던 것들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요즘은 전깃줄들이 땅속으로 파묻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봇대도 보기가 점점 힘들어 질 듯 하다. 

아마 앞으로 점점 더 전깃줄들은 땅속으로 묻힐테니까..

얇디 얇은 빨래줄 위에 쌓여가는 눈 들.. 

소복이 쌓여가는 녀석들은 외줄타기라도 하듯이 조심조심 한겹두겹 쌓아올라가고 있다. 

눈을 돌려 조금 더 멀리 바라보니 온통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간다. 

이런 광경은 도대체 얼마만인지? ㅎㅎㅎ 

서울 땅에서 이렇게 소복하게 쌓여가는 눈을 보다니... 막바지 겨울을 제대로 만끽하는 듯 하다. 

왠지 정겹게 느껴지는 것들..

평소엔 그냥 스쳐지나가던 것들이 오늘따라 눈에 잘 들어온다. 

골목길에 눈이 쌓여가면서 지나가는 차들도 조심조심이다.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내일 출근길은 다들 거북이 걸음이 되겠구나 싶다.

앞도 못 바라볼 만큼 쏟아지는 눈속을 우산하나에 의지하고 걸어다닌다.

난 그냥 모자하나 눌러쓰고 카메라를 들고서 다니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왜 우산을 안챙기고 나왔을까? 아하하.. 참으로 한심스럽다. ㅎㅎ

사실 사진을 찍으려면 우산이 있으면 제대로 찍기가 불편하긴 하다.. 그렇게 위로를... 

집에서 꺼내 들고온 한라봉으로 연출샷을 ~ ^^

요 아이디어는 와이파이님의 아이디어 ~ ^^

감성감성한 아이디어는 참 좋은듯 ~

송글송글 가지들에 맺혀 점점 얼어가는 녀석들 

내일이면 얼음꽃이라도 피우려나.. 아니면 다 녹아 없어지려나? 

눈결정이라도 담아보고 싶지만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 힘들듯 하다. 

아랫 동네엔 매화 소식도 들려오던데 이런날 설중매라도 만나려나?

작년 홍매화를 담기위해 통도사를 찾았던날 이른 아침에 도착했더라면 설중매를 담을 수 이었는데 느즈막히 도착하는 바람에 담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의 마지막 겨울을 보내며 맞이한 골목 눈오는 스냅을 이렇게 마감하며 .. 봄을 맞이해 보기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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